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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들:날아들다
[수필] 3일(2) 본문
할아버지의 부고를 전하는 누나의 페이스북 메시지는 무척이나 담담했고, 내 답장 역시 그랬다. 할아버지의 오랜 투병과 건강악화는 충분히 충분한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을 떠안겼다. 강직하고 호탕한 가장이었던 할아버지는 내가 고등학교 2학년 때 뇌경색으로 쓰러지셨고, 그 이후 5년간 할아버지의 건강은 나빠지기와 나아기지를 반복했다. 한 번의 악화에는 반드시 이전과는 확실히 구분되는 존재의 연약함과 초라함이 뒤따랐다. 할아버지는 집에 내려온 나를 보면 눈물을 보이기 시작했고, 나를 다른 이름으로 불렀으며, 같은 질문을 1분 사이로 되물었고, 끝내는 밥도 스스로 먹지 못했으며 화장실도 스스로 갈 수 없게 되었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이 모든 것이 익숙해졌고 할아버지를 볼 때마다 할아버지가 새롭게 처한 다음 단계들을 그 즉시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곧바로 당직사관을 찾았다. 당직사관은 순찰로 자리를 비우고 당직병만이 남아 있었다. 오늘이 당직병 첫 날이던 후임을 짓궃게 놀린 10분 후, 나는 그에게 내 할아버지의 죽음을 알렸다. 어머니께 전화를 걸어 어떻게 된 일인지 물었다. 주무시다 돌아가셨다 했다. 추석이 지나고 폐렴으로 할아버지의 건강이 다시 나빠졌는데, 입원을 하자 할아버지가 발작을 일으키는 등 상태가 심상치 않아 다른 친척분들이 돌아가며 방문하여 집에서 간호를 하고 있었다 했다. 그 날은 5남매가 모여 할아버지 곁에서 예배를 드리기로 하여 모두가 고향 집으로 모이고 있었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다른 일로 바빴고, 할아버지의 곁은 둘째 고모가 지켰다. 할아버지는 자신의 자식들을 기다리다 문득, 숨을 이어나가지 못했다. 아버지가 119를 불렀고, 구급대원들이 심폐소생술을 하려는 찰나에 첫째 고모가 도착했다. 첫째 고모는 울면서, 너무 세게 하지 말라고, 말했다. 결혼생활 내내 할아버지를 모셨던 어머니는 급히 가게 문을 닫느라 이 상황을 지켜볼 수 없었고, 잠시 후에 가족들 단톡방에 울린 "아버님께서 하나님 곁으로 가셨습니다."라는 문장을 보고서야 돌아가셨구나, 그제서야 알았다고 했다.
아무도 쓰지 않는 빈 생활관에 들어가서 애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자신이 어찌해야 할 줄 모르는 걱정스러운 목소리였다. 둘 모두가 처음 겪는 일이었다. 애인에게는 이미 할아버지가 많이 아파왔다는 것을, 그리고 나는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다고 얘기해 두었었다. 한참을 통화하며 준비되었다고 여겼던 내 마음이 정말로 준비되어 있는지, 스스로에게 캐물었다. 정말 준비할 수 있었니, 죽음을? 전화를 마치고 나왔더니 당직사관과 당직병이 헐레벌떡 나를 찾고 있었다. 애가 안 보여서 찾은 지 30분째라고 했다. 당직사관은 "아무리 그래도 말도 없이 어디 가 있으면 안 되지"라고 말하다 '아무리 그래도'가 신경이 쓰였는지 말끝을 흐렸다. 청원휴가 절차를 밟았다. 본인 혹은 배우자의 조부모가 사망했을 시에는 휴가가 이틀인지 3일인지, 나중에 문제시되지 않기 위해 규정을 찾아보았다. 내 개인적인 사정이 두 사람에게 불편을 끼친 것이 미안했고, 이런 일이 누군가에게는 불편이 되는 이곳이 분했다. 그래서 취침시간까지 남은 4시간 동안 그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기 위해, 내 표정과 말투, 내 모습을 우적우적 씹어 삼켰다. 일찍 잠자리에 들었지만 잠들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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