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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들:날아들다
멍하니 자판을 누르고 있으면금세 세상을 뒤덮는 글자들처럼오른손도 왼손도 모르는 숙제들이 쌓입니다몇 글자를 숨겨도 몇천 글자를 밀어버려도호수에 파문이 일어나진 않네요잊어버린 요일도 언제부턴가 쌓여 있는 옷가지도좁은 방을 감싸는 상온의 그림자도 우물 속의 평화도그 어떤 이야기도 저만의 것은 아니니까요돌이라도 던져볼까요?멍하니 던진 돌은 엉뚱하게도 개구리가 맞았답니다! 아하하 자학이란 본래 진부한 것입니다만자학하지 않겠다 유난을 떠는 것도꽉 끼는 상의를 벗는 것처럼 우스꽝스럽군요.(241113)

도망치는 게 당연하다창살이 없으니 도망치는 건 자유창살이 없으니 도망치는 건 세련읽다 만 책을 반납할 수도 깔끔하게 지워버릴 수도네 신발을 신으려다 말고 벗어던질 수도 있다 말 많은 사연들은 매연처럼 치렁거리지만손에 잡히지도 않고 누굴 붙잡아 세우지도 못한다도망에 열중하면서, 열중에게서 도망쳤다손톱으로 시간을 짓이기며 2배속 도망도망친다 그릇에 담긴 유기물로부터도망친다 화장실에서 태어난 자식들로부터반면 어딘가엔 창살에 갇힌 이들이 있고창살이 있으면 사연 같은 건 중요하지 않다창살이 있으니 도망치는 건 반역창살이 있으니 도망치는 건 순수나는 창살을 뚫고 도망치는 개를 보았고그 순수한 몰두에 경외를 느꼈다붉은 쇳덩이를 붉게 긁어대다말 대신 억, 억발가락이 툭 하고 떨어졌고그리하여 개는 밤의 가호를 받았다나는..
"너 거기 가면 아는 사람들 안 만나나? 원래 부대 사람이라든지." 2박3일 동원 예비군을 가는 내게 아빠가 물었다. "아니이, 우리 부대는 완전 소규모 부대였는데 이번 예비군은 완전 사방에서 다 온단 말야. 몇 명이 올지도 모르고, 원래 부대 근처에서 하는 것도 아니고." "아니 그래도, 한 명은 있을 수 있잖아?" "아니요~ 절대 그럴 리 없네요~ 그냥 지인 만나는 것도 힘든데 무슨 같은 부대?" 내가 군인일 때 직접 부대 방문도 해 본 사람이 할 질문은 아니었다. 구구절절 설명하면서 납득을 시켰다. "...이번에 그럼 같이 근무했던 사람들 만..." "절 대 아니에요 ." 엄마 차례가 남았었다. 말도 안되는 소리에는 칼 같다. 한번 한 얘기를 다시 하는 것도 싫다. 아침잠을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즐기..

청소는 뻔뻔하고 꾸준히 옛날 얘기를 배출한다자결하는 폐기물 사이에서 재활용품은 민망하다압류 딱지처럼 삼각형이 붙은 옷가지들교복이 속옷이 되고 사제복이 잠옷이 된다때묻은 사랑을 빨고 삶아서 포장을 한다정말로 새 것 같아서 사랑은 순간 새 것이 되고순간은 순식간에 다음 순간이 된다옛날 사람이 새 부대負袋에 들어가서 운다수치는 재활용의 마지막 공정이다.230404
저는 치매 걸린 노인이 되어 차창 밖 풍경을 바라보기도 하고 차창 밖 풍경이 되어 치매 걸린 노인을 바라보기도 합니다 그러다 저는 차창이 되어 노인의 초점 없는 시선이 혹여 저를 향한 것은 아닌지 마음이 늘 덜컥거립니다 차갑고 투명하고 연약하지만 막상 깨질 일은 없어버려진 비닐봉투처럼 털썩거립니다희미한 노을 아래 점멸합니다안이安易와 안온安穩 사이에 웅크립니다.(220529)
인간은 왜 이렇게 이토록 저열한 존재일까. 우리는 저열함에 맞서 어떻게 대처할 수 있는가. 물론 미셸 오바마의 "They go low, we go high"라는 말처럼, 누군가가 저열하더라도 우리는 품격을 지키는 태도를 고수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품격을 지키는 태도가 과연 저 저열한 이들을, 인간 본성의 저열함을 바꿀 수 있는가? 우리는 이 저열함과 앞으로의 생애를 함께 살아갈텐데, 그리고 그 생애 동안 저열한 이들 역시 똘똘 뭉쳐 "They go high? ㅋ we go low"의 태도를 취할 텐데 말이다. 200414

평일 사이에 낀 공휴일입김과 땀방울도 쉬는 계절가글한 듯 푸른 하늘이 뜨면한 몸 같은 옷들을 골라 입고한낮의 천문대로 가자구름이 비워 둔 자리를 차지하고또르르르 시선을 굴려 본다산들바람에도 흔들리는 세상먼지처럼 부유하는 사람들과영문을 모르는 당신의 얼굴을 본다거실에 누워 깍지베개를 하면반쯤 열린 창문으로 별들이 보인다햇살처럼 쏟아지는 은하수아이의 고른 숨결 같은 중력과고요하게 반짝이는 폭발이 보인다.221027

내 마음은 구름이랑 너무 친해이륙하는 마음들이 둥실둥실네가 저쪽에 있다고 폴짝폴짝 뛰어도푸른 허공은 나아갈 생각이 없었고나는 배신에 대해 궁리했어나, 요번 마음에는 리본을 달았어어쩌면 최초의 착륙이 일어날거야드디어 네 집 현관 앞에 내 마음이,아니 마음 같은 것 대신꽁무니에 리본을 단 새털구름이.220919

달력에 까만 동그라미를 그려넣는다 결국 잊어버렸냐는 듯 뚱그렇게 눈 뜨고 책망하는 흰색 때문에 어느덧 날짜들은 까맣게 덮여갔다 달력은 하난데 동그라미 그릴 일은 많아 동그라미들은 열변과 수다를 오갔다 그리고 이내 평범해졌다 언젠가 마지막 남은 흰색이 사라졌고 처음 차렸던 제사상은 다리가 다 휘어졌으며 그림자들만 뻥긋거리며 곡을 했다 남은 것은 새까맣게 잊혀진 달력 그것들이 동그라미였음을 알리는 하릴없이 잊혀질 문신을 남긴다 . 20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