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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글] 두더지

날들 2023. 3. 27. 21:59

손바닥만한 두더지가 아스팔트를 더듬어대고 있었다. 저 위에서 내려다본 두더지는 눈알과 발톱은 없고 몸통만이 남아 꿈틀거리는 것 같았다. 두더지는 몸통에 가려서 보이지도 않는 발톱으로 아스팔트를 긁어대다 서행하는 바퀴에 서서히 깔려들어갔다. 초등학교 시절 두더지를 양손에 안아올렸던 촉감이 떠올랐다. 분명하게 불결하고 미세하게 따뜻했었다. 한 박자 느리게 우두둑 하는 소리가 들렸다. 오직 자신만이 그 소리를 들었다고, 기어코 생각하고야 마는 스스로의 존재가 그날따라 더욱 피로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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