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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들 2023. 3. 27. 21:43

오늘까지 나는 살았고 뭐라도 겪었고 변했다.(*은유, <글쓰기의 최전선>)

까치발을 들어도 닿지 못했던 것들에 어느 순간 손끝이 닿는 반가운 경험도 있었다. 그러나 그렇게 믿고 의심치 않던 지반이 서리처럼 뻔뻔하게 녹아내리기도 했고, 발송자 미상의 고통을 멍하니 받아들기도 했다. 삶은 마냥 나아지는 것이 아니고, 지혜는 마냥 쌓여가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나는 보잘것없는 기억들을 추리고 추린다. 기억이 어느 보통의 하룻밤을 만나 그 모습을 갈아입는 것을 응시하는 일은 내게 마냥 즐거운 것이 되어주고 있다. 그래서, 아직 괜찮은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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