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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아마추어 시인 A의 산책

날들 2023. 3. 27. 22:07

그는 가끔 시를 쓰고 자주 야근을 한다
오늘은 아스팔트가 검게 말라붙은 딱지로 보였다
이제 그는 꽤 또렷하게 불행한 사람 어느 날 직장 상사가
내가 홈쇼핑에서 시집 파는 것도 본 사람이야
자조어린 농담을 했다 동료들이 모두 웃었다 하하 속으로는
뭐가 그렇게 재미있죠, 모두가 홀로 웃음에 실패했다
동사무서에서 난민 신청을 하는 상상을 하다 그만두고
밤거리를 산책한다 섞여들 만큼 사람들이 먼 곳
그러다 세 달에 한 번쯤은 이런 장면도 보게 된다
버려진 것들로 가득찬 컨테이너 밑에서
기어나온 새끼 고양이 제 몸을 핥고 있다
버려진 것들로 가득하다고 버려진 것은 아니라는
어떤 문장을 위해 고양이 발이라도 붙잡으려다
바삐 퇴근하는 구둣발 밀려들어 그는 황망해졌다
시에 대한 시를 쓰는 시인들도 있다는데
아아, 컨테이너의 창살이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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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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