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시
[시] 수인囚人의 불면
날들
2023. 3. 27. 22:06
모르는 것은 축복이다
빛이 무얼 의미하는지
세상은 빛과 그림자로 나뉜단 말 같은 건
그는 들어본 적이 없다
그에게 세상은 움직이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었다
그리고 그는 늘 그렇지 않은 것에 속했다
그는 동굴에서 태어났고
어느 순간 잠에 들기 어려워했다
아버지는 그의 불면을 안타까워했지만
사실 그는 또다른 형벌을 자진했다
끊임없이 무언가를 보고 있어야 하는
정확히는 눈 앞이 온통 무언가인
그 중 하나를 찾아냈기 때문이다
자주 휘청이지만 결코 벗어나는 것이 아닌
검은 선분이 되었다가 마지막엔 점도 아닌
이것이 꽃임을 알게 된 건
먼 훗날의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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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