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각종 후기
<사상검증구역: 더 커뮤니티>
날들
2024. 6. 29. 02:50

아득할 만큼 다른 생각을 하며 사는 오늘날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함께 볼링을 치는 것, 아침에 차를 나눠 마시는 것, 선입견을 치워두고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것이다. 우리는 같아지지 않더라도 서로를 이해할 수 있다.
정주행을 하며 회차별 느낀점을 기록했다.
1화
- 서로 하하호호 하는 순간 날 것의 속마음이 공개되는 연출이 좋다. 모두 누군가에겐 끔찍한 발상들이었다. 하마는 그런 상황에서도 가장 먼저 아이스브레이킹을 시도하는 사람이다.
- 임현서는 굳이 왜 컨셉을 잡았을까? 투머치다. (>>> 알고 보니 임현서의 주된 목적은 '승리'가 아니라 '재미'였다.)
- 슈퍼맨의 "꼴찌 해주세요"에는 간지가 넘친다. 이에 질세라 "뒤에서 두번째 해주세요"라고 말하는 백곰. 전우애가 느껴졌다.
- 규칙이 모호하니 사람들이 섣불리 이기적인 선택을 하지 않는다. 자금분배 앞 순서인 사람들이 잔액이 티가 나니까 의식적으로 낮은 금액을 제출해서 뒷 순서 사람들이 이득을 봤다.
- 지니는 모든 사고가 자기중심적이다. 신기할 정도로 모든 사건을 자신의 안위라는 관점으로 해석한다. 서바이벌인걸 감안해도 그렇다.
- 왜 식비를 공금으로 지출하게 했을까? 현실적이지 않다. 현실에서 개인은 자기 돈이 없을 때 배를 곯는다.
2화
- 데이트 비용을 더 내는 남자가 섹시하다면 여자에게 돈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여자에게 돈이 부족하지 않으면 데이트 비용보다 외모나 재치, 지능, 태도가 더 중요하다. 여자가 남자보다 경제력이 부족한 경향이 사회적 산물이라면, 데이트 비용을 더 내는 남자가 섹시한 것도 사회적 산물이다.
- 벤자민의 토론방식은 요즘 커뮤를 보는 듯하다. 대화를 진전시키는 방향이 아니라 자기 맘에 안드는 걸 물어뜯는 식으로 키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대방의 말을 받질 않기에 대화하는 느낌을 주지 않는다. 자신이 아무리 똑똑하더라도(그런 줄 아는 멍청한 사람이더라도) 대화를 건강하게 진행시키기 위해서는 가끔 '본인의 수준을 낮춰줘야' 할때도 있는데 벤자민에게 그럴 능력이 없어 보인다. 그런데, 벤자민이 불순분자네? 그러면 다 말이 된다. 벤자민이 MVP가 된 걸 보니 구성원들이 딱히 토론과 키배에 익숙하지 않아 보인다.
- 벤자민은 아이디를 karen으로 짓지 않았어야 했다.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꾸준히 토론을 망치기 위해서는 karen이 불순분자로 특정되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역할을 수행하는 것 이상으로 다른 사람을 낮잡아보고, 이를 즐기는 벤자민의 무의식이 드러난게 아닐까? (물론 방방봐 한다.)
- 마이클이 뜬금없는 장문충으로 연출된 게 안타깝다. 한국어 능력과 타자능력이 딸리는 기술적인 문제가 지능문제로 비춰진다. 마이클은 캐런의 뜻을 유일하게 눈치채는 사람이었는데.
- 하마에겐 상대방에 대한 옳고 그름, 좋고 싫음에 대한 판단을 하기 전에 상대방이 왜 그럴까를 궁금해하는 능력이 있다. 하마가 차 대접하는 장면이 정말 아름답다.
- 하마는 스스로를 약자로 정체화하는 일이 너무 익숙하고 자연스러워 보인다. 사상검증 룰이 알려지자마자 죽을 걱정부터 하고, 면제권 받을 궁리부터 하고, '같은 여자가' 리더가 된 걸 기뻐한다. 여긴 현실이 아니라 서바이벌 룰 아래 모두 동등한 플레이어인데 말이다.
- 여자가 리더로 여자만 뽑은거 같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막상 뒤에서 담배동맹을 결성하고 있다. 문제는 사담을 남녀로 나뉘어 진행하고 있다는 거다.
- 첫 날 호감도 top3에 낭자와 슈가가 들어간 이유가 카메라에 잘 드러나지 않은 식사준비나 청소를 열심히 하고 대화를 싹싹하게 시도해서가 아니었나 싶다. (실제로 낭자는 그런 장면이 꽤 잡혔다.) 낭자는 진짜다. 직장생활식 웃으면서 하는 기싸움이 장착되어 있다. 허허실실 하고 싶다는데, 그 연기도 정말 잘한다.
- 이렇게 모두가 동등한 상황에서, 그냥 권한만 띡 주어지는 포맷에서는 리더의 언변과 지능이 딱히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중요한건 포용력과 분위기메이킹 능력이다. 그런 면에서 백곰이 부족하다고 느낀다. 따라서 불순분자인 벤자민이 백곰을 뽑은 건 잘한 선택이다.
3화
- '현실적인' '야외' 수익활동이라는 키워드가 잡히자 남자 넷이 자연스럽게 뽑힌 게 묘하다.
- 벤자민이 수익활동에서 계속 맞는 말을 해서 공동체에 도움이 되고 있는데, 불순분자에게 수익활동을 방해해야 할 실질적 명분을 주는게 더 낫지 않았을까? 불순분자와 개인수익 시스템이 완전히 분리된 게 현실적이지 않다 느끼고 있다.
- 사람들의 '현실감각'은 철저하게 본인 중심적이다.
- 수익활동과 내부활동으로 구분되어 집단이 분리되니 필연적으로 뒷말과 권력지형이 생긴다. 사회는 파편화되지 않아야 한다. 최대한.
- 담탐에 끼는 낭자의 적극적인 자세가 좋다.
- 서바이벌에 도의적으로 '타당'한 건 없다. 서바이벌은 정치고 정치는 기브앤 테이크. 기브앤 테이크만이 도의다. 불순분자에 대한 마이클의 '추측'은 확실한 정보가 아니기에 확실한 '기브'가 아닌데, 그 무엇보다 확실한 '테이크'인 탈락면제권을 주장하는 건 도의적으로 타당하지 않은, 그의 전략적 결정이다.
- 수익활동에서 공금을 쓰는 문제: 400만원을 벌었으니 그 안쪽으로 공금을 쓴다면 문제 없다고 생각한다. 처음 한 결정이라 수익활동 인원들이 불이익을 감수하겠다는 건 이해하나, 전액을 양보하겠다는 건 과하다. 다크나이트의 "왜 고생한 사람이 빠지죠?" 에 공감한다.
- 영문을 모르고 공금이 차감되는 걸 확인하는 당황하는 연출이 좋다. 아무리 내가 합리적이고 괜찮다고 생각하는 일도 영문을 모르는 입장에서 당황스러운 일이고, 결과적으로 동의하지 않는 일일 수 있다는 걸 생각해야 한다.
- 수익금의 완전한 공금 귀속, 완전한 n분의 1을 룰로 원천차단시킨 건 똑똑하다. 현실에 그런 이상적인 분배는 없으니까.
- 돈이 적은 사람이 더 받는게 공동체를 위해서 더 좋은 선택이라는 하마의 말에 동의할 수 없다. 서바이벌은 현실과 다르다. 사상검증구역 커뮤니티는 의식주가 다 공적으로 제공되는 곳이다. 필수적 자원은 이미 제공되고 있기에 수익이 낮은 사람을 우선적으로 살필 도의적인 이유가 없다. 즉 개인상금은 온전히 경쟁의 영역에 있다.
- 집단의 크기가 작아질수록 원칙 역시 수단의 일종이 된다고 생각한다. (특히 더 커뮤니티처럼 모두와 동시에 소통하고 다시 새로 합의하는게 가능한 집단이라면.) 따라서 백곰 등 수익활동집단의 원칙주의에 공감할 수 없다.
- 낭자는 거지 혐오가 있다. 세상엔 일을 안 하는 그지만 있는게 아니라 일을 하는 그지도 있으며, 공공을 통해 공급되는 재화가 사치재도 아니고 삶에 필수적인 식사인데, 이를 '오늘만 사는 인생'이라고 표현한다. 더 커뮤니티에서 무수익자에게 제공하는 식사는 엄연히 '오늘만' 지급되는 식사가 아니기도 하다. 또한 수익활동에 참여하고 싶어도 참여하지 못할 수 있는 시스템이기에 세금을 적게 내는 게 온전한 개인 책임도 아니다.
- 마이클이 제기했던 의문은 '확실한 증거'가 없었을 뿐이지 불순분자에 대한 타당한 추측이었다. 분열을 위한 분열 같은게 아니었다. 하지만 하마는 본인만의 대의를 위해 동의 없이 정보를 외부로 유출했다. 그 대의에 모두에 동의하지 않음은 분명한데 이를 나이브하게 생각하고 있다. '약자 우선'에 대한 그녀의 집착도 마찬가지다. 결국 분열의 조짐이 있었음을 모르는 구성원이 없어야 한다는 하마의 정보공유는 결국 껍데기가 되었고, 백곰은 하마의 의도를 '면제권을 자신에게 사용해달라'로 이해했다.
- 유능한 독재자가 필요할 만큼 절실한 국가 발전이 뭘까? 그리고 국가 발전은 유능한 독재자 없이 이루어질 수 없나? 일견 유능한 독재자가 필요하다고 느껴지는 이유는 후진국이 선진국과의 격차를 '과속'을 하더라도 단기간에 줄이고자 하기 때문이다. 기존 선진국들이 다 독재를 해서 국가 발전을 했나? (착취는 독재가 아니어도 가능하다.) 또, 그냥 유능한 '지도자'면 안되나? 하지만 질문을 '국가 발전' 이 아니라 '한국 발전'이라고 바꾸면 뉘앙스가 다르다. 한국은 식민지 피해국이자 휴전국이다. 냉전의 한가운데 있었고, 국가가 한번 파괴된 전적이 있다. 국력이 다른 어떤 것보다 중요하게 느껴졌을 시기다. 정부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국민에게도. 자연히 유능하고 강력한 지도자를 바라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될 수밖에 없다.
- 개인자금이 적은, '잃을 게 없는' 사람들이 오히려 제한 없이 공격적인 행동을 할 수 있다는 건 상징적이다. 물론 상금이 많든 적든 누구나 공격의 타겟이 된다는 건 현실적이지 않다. 현실에서는 돈이 많은 쪽이 가진 안전망도 많고, 계층적으로 다른 집단에 속하기에 서로 얼굴 보고 살지도 않는다.
- 이 프로그램에 기본적으로 선하고 협력적인 사람이 많다. 더지니어스의 장동민처럼 무슨 행동이든 의심할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벤자민의 연기는 초반부터 안 통했을수도 있겠다.
4화
- 마이클은 도대체 야마가 왜 도는 것인가? 토론에서 밀리면 인격모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마이클은 왜 둘이서만 얘기하냐고 말할 것이 아니라, '우리는 더 나은 커뮤니티를 만드려고 모인게 아니라 개인상금을 많이 타가기 위해 모였고 불순분자는 이 과정에 위협적인 존재일 테니 불순분자를 색출하는게 충분히 타당하다' 식의 주장을 더 펼쳤어야 했다. 마이클의 가장 큰 문제는 본인이 뭔가를 '기브'하고 있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사실은 그게 '기브'가 아니라서 기브앤 테이크가 성립하지 않는 것인데 말이다.
- 다크나이트가 "어느 집단에 들어가면 반드시 기여도가 있어야만 집단의 구성원들로 인정받을수 있다"라고 말할 때 경쟁에서 도태되는 것에 대한 굉장한 불안감이 느껴진다. 모든 공동체가 다 그런 것만은 아닌데. 그런 공동체를 경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경험주의자니까.
- 낭자의 엠바고는 근시안적이다. 불순분자가 기자의 정보를 열람할 수 있다는 것은 누구나 충분히 예측해볼 수 있는 일인데도 그걸 탈락이 두려워서 숨겼다. 그것 뿐이지 '이상적인 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지켜보고 싶었다는 건 변명처럼 느껴진다. 직업윤리위반 문제도 있다. 낭자는 '선출직'의 도덕적 의무를 저버렸다.
- 그레이의 "하마 죽여버리자"가 지금까지 나온 장면 중 가장 역겹다. 그는 '이상적 시스템을 유지하려는 쪽'에서 가장 먼저, 심증만으로 구체적 인물을 탈락시키자고 제안한 사람이다.
5화
- 불순분자가 어떤 역할을 한다는게 아무것도 나온게 없는데도, 누군가 튀는 행동을 하기만 하면 불순분자 의심을 받는다. 튀었다는 이유로.
- 벤자민은 거의 완벽한 연기를 보여주고 있지만, 어떤 동맹에도 속하지 않고 좋은게 좋은 포지션으로 남는 건 충분히 불순분자(마피아, 첩자)로 의심받을 만한 특성이라고 생각한다.
- 결국 개인의 입장에서 열심히 사는 것 외에 답은 없다. 게으른 빈자는 사회를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6화
- 낭자가 '유토피아'에 반감을 가지는 이유는 그냥 타인 신경 쓰지 않고 맘껏 보신에 힘쓰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그녀의 말마따나 유토피아가 현실에서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서가 아니다. 낭자는 그냥 맘껏 자기 앞날만 생각할 수 없는 유토피아가 '싫은' 것이다.
- 서바이벌에서 '게임 플레이'의 일환으로 나오는 행동들은 결국 현실사회에서도 그 조각이 맞춰지면 똑같이 나올 수 있다. '게임이니까' 이렇게 행동했다는 사실 변명이다. 그러나 벤자민처럼 '불순분자'의 역할을 강제로 맡게 된 경우에는 그 역할을 최대한 잘 수행하는게 프로그램 출연자로서 적절한 행동이다. '안티 시민' 벤자민과 임현서는 분리되어야 한다.
- 낭자가 벤자민을 선택한 게 아니라, 벤자민이 낭자를 선택했다.(마이클은 그냥 영문을 모르겠다며 넘겼고 충분히 벤자민도 그의 연기력을 생각하면 그렇게 할 수 있었다.) 그는 기자를 이용해서 기자의 질문이 본인을 위해서만 사용되게 유도했다. 낭자가 당장 돌변해서 벤자민을 죽이고 싶지 않아 할 만큼 유혹적인 질문 선택지를 제시해줬다. 기브앤 테이크는 이렇게 하는 거지.
- 지금까지 가장 의문스러웠던 부분이 불순분자가 '분열 공작'을 적극적으로 펼칠 의무를 주지 않았다는 것인데, 불순분자가 '존재한다'는 정보에 따른 불안감만으로도 충분한 '분열 공작'이 일어나기 때문에 이야기가 계속 진행된다. 모호한 규칙 제공으로 이를 유도하고 돌발상황에 대처하겠다는 것인데, 이걸 실현한 제작진이 참 대단하다. 아직 '불순분자 찾기'를 위한 갈등만 있기에 오히려 모든 구성원이 아직까지는 굉장히 이성적이다. 불순분자가 아무것도 안해도 쌈질까지 난다? 제작진의 승리다.
- 기자가 자기가 정보를 공개할 '사회적' 의무는 '룰'이 정하는 게 아니라 '선출'되었다는 사실이 정하는 것이다.(법적 의무와 사회적 의무가 구분되는 상황이다) 선출직이 뽑아준 사람 말 안 듣고 그 이유를 납득시키지도 못하는데 불만을 안 가지는게 더 말이 안 된다. 낭자는 '선제적인' 배신이 가지는 무게를 외면하고 '사람좋은 척 하하호호하지만 배신자가 생기면 가차없이 적'으로 여기는 행동 자체를 추하다(위선적이다)고 여긴다. 그러면서 동시에 본인에게도 '누구나 다 배신하는 거다'라고 자기합리화를 시도하고 있다. 아직도 자신이 건 '엠바고'가 타당하다고 설득할 생각은 전혀 하지 않으면서 말이다. 낭자는 악한 사회 때문에 악해졌고, 그래서 악한 사회를 싫어하면서 어떻게든 '살아남겠다는' 명목으로 자기합리화를 하는 (위)악자다. 사회가 '먼저' 악했다는 식이다. 하지만 더 커뮤니티에서는, 분명히, 그녀가 먼저 악했다.
- 하마와 정치적 성향이 유사한 백곰이 하마를 전혀 믿지 않는 상황을 초래한건 하마다. 하마는 '공동'선을 이야기함과 동시에 서바이벌에서 우선적으로 생존하고 싶다는 충돌하는 자아를 모두 내비쳤다. 이런 이중적 측면이 동시에 제시되면 일반적으로 '결국 본인이 살아남는게 우선인 사람이구나'로 인식되는게 자연스럽다. 공동선을 이야기할 때는 반드시 공동선이 자기 욕심보다 우선해야 한다. 전략적으로도 그래야 하고, 일차적으로 '공동선'의 순수한 의미가 그러하기 때문이다. "하마가 탈락면제권을 자기한테 줘야한다고 말한 건 공동선을 해치는게 아니잖느냐?", "자기도 탈락하기 싫으니 다른 사람들도 탈락시키고 싶지 않다는 것 아니냐?" 라고 반론을 제기할 수 있겠으나, 하마는 다른사람을 탈락시키지 않을 이유가 '자기'에게 나온다는 것을 암시하여 하마의 두려움의 기초가 '자기보전'에 있음을 백곰에게 알려준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까지는 그렇지 않았지만 '공동선'과 '자기보전' 중에 양자택일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 하마에게 닥친다면 하마는 무슨 선택을 할까? 백곰은 하마가 무슨 선택을 할 거라고 생각할까?
- 공동선이 자기보전에 우선한다는 것은 '도덕적'으로 그러하다는 의미다. 공동선을 해치는 자기보전은 도덕적이지 않다. 반대로, 최소한의 자기보전을 보장하지 못하는 공동선은 '필요'하지 않다.
- '포용적 리더'로 이미지메이킹하겠다는 슈퍼맨의 전략은 만용이다. 이미 구성된 독선적인 이미지 때문에 실현가능성이 낮다.
- 낭자는 사회주의와 협력을 구분하지 못한다. 이미 본인이 협력을 통해 '제거될 대상' 쪽에 마음이 가 있기 때문이다. 불순분자가 공동의 적이라는 생각을 안 하고 있다. 그 이유는 본인이 공동체에서 미움받았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며,(그 이유를 본인이 제공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본인의 선택이 다른사람이 보기에 합리적이지 않다는걸 잘 알고 있음에도) 불순분자와 결탁해서 불순분자가 본인을 제거하지 않고 이용할 것이라는 게 분명해졌기 때문이다. 본인이 불순분자에게 제거당할 위협은 일단 없고, 당장 불순분자가 다른 사람을 해칠 것 같지도 않으며, 불순분자가 아닌 다른 사람이 자신을 제거하려고 시도한다는게 불가능해 보이니 비로소 한가롭게 나머지 사람들을 사회주의라고 규정짓기할 수 있게 되었다. 다른 사람들에게 모두 '이익'이 있고, '무고한 피해자'가 나올 수 조차 없는 상황임에도 낭자가 '전체주의'라며 협력적 문제해결수단을 비판하는 것은 낭자가 그 '전체주의'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자신의 이익이 없어서이기도 하다. 낭자는 이미 다른 사람들 모르게 불순분자와 결탁했다. '나를 뽑아준 커뮤니티가 이상하다'면 권력을 양심에 따라 사용할 수 있다고는 생각한다. 그러나 서바이벌에서 전원생존 필승법을 고안한다는 건 결코 '이상'한 것이 아니기에, 낭자에겐 뽑아준 커뮤니티의 요청을 듣지 않아야만 할 도덕적 요청이 주어진 적이 없다. 자기합리화의 연속이다. 그리고 꾸준히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고있기까지 하다. 만약 낭자가 불순분자를 제거하는 것 자체에 의문을 갖게 되었다면, 불순분자가 죽어도 새로운 불순분자가 생긴다는 것, 현재 불순분자는 누굴 죽일 생각이 없다는 정보를 공동체와 공유했어야 했다. 그게 기자의 의무다. 낭자는 그저 '살고 싶어서' 한 결정이 자신을 멀리하는 결과로 돌아오자 감정적으로 집단을 싫어하게 된 거다. 그리고 이는 본인의 초반 전략(허허실실 모두와 가까운)이 실패한 것이기에, 본인이 실패했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그 책임을 공동체가 이상한 탓으로 전가하는 것으로도 보인다.
- 나는 서바이벌이든 현실이든 수단과 방법을 가려가며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수단과 방법을 가려야 대중을 설득할 수 있고, 내 편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혼자 할 수 있는 건 한계가 있다.(현실에서는 더더욱)
- 불순분자의 목적이 단순한 '빌런짓'이 아닐 수 있다는 걸 처음 언급한 것은 백곰이다. 백곰은 우선순위를 분간할 수 있는 사람이다.
- 사회생활 할때 누가 소극적으로 조용히 있다고 해서 나에 대해 별 생각이 없을 거라고 절대 가볍게 여기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7화
- 타인종 난민 투입도 정말 좋은 아이디어다. 하지만 유독 이때만 룰이 너무 제한적이었다고 생각한다. 받아줄지 말지도 정할 수 있고, 지급금액도 자의적으로 정할 수 있었어야 하지 않을까? ( >>> 그리고 바누는 마지막까지 큰 활약 없이 플레이를 마쳤다. 그저 난민투입을 위해 캐릭터가 묻힌 측면이 있다. 바누에게 너무 큰 금액과 호감도를 주고 활약까지 하게 한다면 현실에서 난민에게 부는 역풍이 출연자에게도 불까 걱정했을까? 그러나 최종 미션에서 '슈가가 나중에 좋은 밥 사주겠지'라는 대사는 좋았다. 게임이 현실의 일부라고 생각하는 마인드가 나와 같다.)
- 백곰이 벤자민의 본체를 아는 시점에서, 임현서의 벤자민 캐릭터 설정도 자의식 과잉으로 인한 패착이 됐다. 하지만 그 연기가 가능하다 판단하고 실제로 수행하는 능력은 정말 대단하다. (>>> 물론 후에 임현서는 벤자민 캐릭터가 승리를 위한 전략 같은게 아니라 오로지 '재미'만을 위한 선택임을 밝혔다.)
- '후보자 토론 주제'를 묻기 위해 찾아온 백곰에게 남성 카르텔이 생기는 걸 경계한다고 형님이라는 단어에 대한 불만을 말하는 하마의 (물론 가벼운) 아이디어는 딱 요즘 페미니즘이 비웃음당하는 맥락를 보여준다. 남성 카르텔을 막고 싶다면 본인이 남성 카르텔과 가깝게 소통하려고 노력하거나, 남성 카르텔을 광장으로 초대하는 것이 우선이지 '형님'이라는 단어에 대한 문제제기가 그것들보다 중요하진 않기 때문이다.
- 헌법에 관한 슈퍼맨의 논리적 허점을 지적하는 벤자민의 지적은 지적 허영심에 차 보이긴 하지만 진실이다. 슈퍼맨은 정확한 논리구조를 확보하려는 노력을 하기보다는 사람들이 '동의할 만한' 유사 주제를 끌어 온다. 정치인에게는 논리적 정합성보다 청중이 듣고 싶어하는 걸 우선적으로 파악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능력이 더 우선시된다.
- 그레이는 정치적 과정에 정말 많이 참여하는 사람이지만 호감도는 적은 편에 속한다. 본인이 무언갈 책임지려고 하지 않고, 실질적인 관계형성 노력을 안 하기 때문이다. 자신은 최대한 오픈하지 않으면서 남을 오픈시키고 싶어하는 것이 눈에 보인다.
8화
- 모두를 살릴 수 없을 것을 인정하는 입장에 마음이 간다. 룰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고, 새로운 과제가 촉박한 제한시간과 함께 주어지며, 룰이 바뀌기도 하고, 선택의 여지가 없기도 하다. 무조건 탈락자를 한 명 뽑아야 하는 경우가 왜 주어지지 않을거라고 생각하는가? 탈락자가 안 뽑을 시 공동체에 어떤 페널티를 주진 않을까? 여긴 현실이 아니라 서바이벌이다. (>>> 실제로 나중에 무조건 한 명이 떨어져야만 하는 과제가 생긴다.)
- 백곰이 당선된 가장 큰 이유는 더 커뮤니티 공동체가 굉장히 긴밀하게 연결된 수평적 공동체라서다. 불안감을 앞세운 보수는 파편화된 사회에서 그 힘이 더 세다.
- 하마는 정말 약자에 대한 순수한 호의를 믿는 사람이다. 그래서 본인이 뭔갈 받아도 뭔가를 돌려주어야 한다는 의무가 없다고 믿는다. (다크나이트의 하트값이라는 말은 먼저 줄때 조건으로 붙은게 아니라 사족처럼 부담으로 다가왔다) 만약 하마는 자기가 주는 입장이었다면 돌려받지 못할 수 있음을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다크나이트는 그럴 수 없다. 사실 서바이벌은 기브앤테이크가 더 자연스러운 공간이니까. 그렇게 하마는 사람(특히 여자)들을 믿었지만 그런 호의는 역시 '돌아오지' 않았다. 애초에 그런 호의란 돌아올 것을 기대하지 않는 것이어야만 호의다.
- 백곰의 공약은 결국 실현불가능했다. 그건 백곰의 공약이 너무 이상적이라서가 아니라, 아무런 수단을 확보하지 못한 공약이었기 때문이다. 공약은 그 내용만큼이나 '실현가능한지'가 중요하다.
- 슈퍼맨의 말마따나 리더는 불편한 이야기를 할 수 있고, 직접 손에 피를 묻힐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백곰은 반드시 그레이에게 마땅한 처분을 했어야 했다.
9화
- 테드가 하마가 약자라고 주장하는 근거가 뭐지? 모든 플레이어는 탈락위기 앞에 동등하다.
- 배심원재판의 1라운드를 유죄팀이 이긴 건 전적으로 무죄팀에 다크나이트가 있어서다. 대학생 토론동아리는 경험주의자 반말아저씨를 극혐할 수밖에 없다.
- 벤자민은 대학생들 앞에서 임현서를 등장시켰다. 대학생들이 변호사의 직업윤리에 대해 보다 정확하게 알기를 바라는 선의였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플레이어로서 안일한 판단이었다. 확보한 상금이 가장 많은 사람을 지목하는 발상을 굳이 왜 제안했을까? 하마를 사적으로 처단한 그레이에게 응당한 처분이 가해져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발상은 최대한 마지막까지 많은 사람을 남겨야 하는 불순분자의 '역할'에 부합하지 않으며, 결국 이 제안을 한 게 벤자민을 의심하는 단서 중 하나로 돌아왔다.
- 그레이가 모래성처럼 신뢰를 무너뜨렸다는 백곰의 말은 반은 맞고 틀렸다. 그레이는 모래성을 무너뜨린 사람이자 동시에 모래성을 구성하는 일부이기도 하다. 모래성은 서바이벌의 스토리와 룰이 존재한다면 언젠가 무너진다. 더 커뮤니티의 리더는 그 서바이벌 게임의 필연적 흐름에 대항할 책임이 있었다. 그레이가 신뢰를 무너뜨렸어도 리더에게는 할 수 있는 일, 해야만 하는 일들이 있었다. 공동체가 더럽혀졌더라도, 그게 끝이 되어선 안된다.
- 지니와 낭자의 "나 너무 이기적인 거 같애" 와 "이기적인게 아니라 당연한 거야"라는 대화는 둘의 캐릭터에 대해 너무나 많은 것을 담고 있다. 지니는 정말 인생에 저런 딜레마를 경험해볼 일이 없이 자라왔나 싶다.
- 낭자 탈락은 전적으로 본인이 자초한 일이다. 자의적으로 권력을 활용할 거면 유능한 빌런이라도 되었어야 하는데, 자기가 지목되었다는 걸 듣는 순간 너무 당황해서 잘못된 선택을 하고 이를 인정하지 못해서 또다른 잘못된 선택을 하고 합리화하고... 호감도도 얻지 못했고 불순분자와의 관계에서 실리도 챙기지 못했으며 탈락 위기에서 어필도 잘 못했고. (본인이 구걸하는 가난을 싫어하는 성격이니.) 무엇보다 낭자는 이상적인 공동체에 대한 의문을 던지고 싶었던 게 아니라 이상적인 공동체를 무너뜨리고 싶어한 것에 가깝고, 실제로 기자의 역할을 무책임하게 수행하며 공동체를 무너뜨리는 데 기여했다. 그녀는 꽤 유능한 사람에서 코드를 열람당한 걸 알게 된것만으로 굉장히 무능한 사람으로 변해버렸다.
10화
- 벤자민은 열등감 키워드를 골라서 백곰에게 위선자라는 주제를 강요했다.
- 사람들이 위선을 욕하는 건 위선자들이 결정적인 순간에 선한 선택을 안 하기 때문이다. 그레이와 지니, 백곰처럼.
- 지니의 베이징덕 일화는 진솔했다고 생각한다. 그저 그게 지니의 세계일 뿐이다.
- 부자가 빈자가 서로를 보면서 껄끄러움을 느낀다는 것도 계층화를 부추긴다.
- 벤자민에게는 '승리' 외에 다른 주된 목적이 있었다. 첫째는 '재미', 둘째는 '정의구현'이다. '재미'를 위해서 벤자민은 굳이 안 해도 되는 교포 연기를 했고, 이는 불순분자임을 들키는 가장 큰 요인이었다. 또한 벤자민은 불순분자로서 사람들이 신뢰를 잃게 하면서 최종 미션까지 살아남으려고 한게 아니라, 공동체를 도덕적으로 판단하고 처벌하는 판사가 되려고 했고, 방송의 취지를 자신의 뜻대로 해석하는 PD가 되려고 했다. 승리보다 다른 것이 우선이라는데 뭐 어쩌겠나. 나는 임현서가 플레이어로서의 '안일함'을 '재미추구'나 '정의구현'이라는 그만의 목적으로 너무 쉽게 덮어버리는 것 같아서 맘에 들지 않았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그 '안일함'에 다른 플레이어들을 깔보는 '우월감'이 섞여 있었기 때문에 더욱 맘에 들지 않았다.
- 백곰은 하마를 무기력하게 보낸 순간으로 인해 이상적인 공동체에 대한 신뢰를 잃고 자기 자신의 도덕적 떳떳함만 챙기면 괜찮다는 식으로 무의식적 노선변경을 한 것 같다. 그렇게 노선변경이 되었기에 위선이 나쁜 것이 아니다라는 스피치를 당당하게 짜올 수 있던 것이다.
- 여전히 나는 '불순분자처럼 행동하는 불순분자'가 현실에 꽤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불순분자에게 단지 최종미션 전까지 살아남기 위해서 협력적인 태도를 보이는 역할을 준게 아쉽다. 물론 낭자 같이 불순분자가 아님에도 불순분자처럼 행동하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프로그램엔 부족함이 없었다.
프로그램 규칙
- 불순분자에게 개인상금이 의미없는 건 현실적이지 않다. 현실에서 개인상금은 개인이 불순해지는 가장 큰 이유다. 혹은 수익활동이 더 '개인전'을 표방했어야 했다. 불순분자가 아닌 사람들이 더 불순해지도록.
- 불순분자가 최종전까지 사람들을 최대한 많이 남겨야 한다는 방향성도 이해되지 않는다. 누군가를 배제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불순한 행위가 아닌가? 물론, 불순분자의 존재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사람들은 자연히 서로를 배제하려고 했다. 제작진은 불순분자의 역할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주지 않고 "불순분자가 존재합니다." "불순분자가 코드 전체를 열람하였습니다."라는 말만으로 불안감을 조성했다. 그런데 마이클만 없었다면, 백곰과 슈퍼맨의 주도 하에 불순분자에 대한 두려움 없이 흐름이 언제까지고 평화롭게만 진행될 수도 있었다는 게 재미있다. 그만큼 참가자들이 다들 사회성이 높고 똑똑했다.
- 탈락면제권은 공공재가 아닌데, 너무 공공재처럼 다뤄졌다. 탈락면제권 소유자들이 더 당당하게 소유권을 주장하고, 이로 인해서 기브앤 테이크가 더 활발하게 이루어졌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하지만 프로그램 내에 서로 거래할 수 있는 유무형의 재화가 부족하기도 했다.